국제 결혼, 다문화 가족 이야기. 이런 이야기는 조심해주세요 2

2022. 4. 18. 01:16성실엄마 일상/성실엄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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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성실엄마입니다. 1년도 훨씬전에 국제커플 / 다문화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썼는데, 오늘은 그 2탄을 준비해봤어요. 다문화 가정 꾸리며 산지도 10년이라는 세월이 훨씬 더 지났는데, 아래 내용을 제가 실제로 겪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쓴 거예요.

한국-호주 국제커플 혹은 다문화가족 이야기 (feat. 이런 말은 조심합시다.)

한국-호주 국제커플 혹은 다문화가족 이야기 (feat. 이런말은 조심합시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오랜만에 요리 이야기가 아닌 제 이야기 혹은 저희 가족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하는데요, 중대 발표하는 것도 아닌데 왠지 떨리네요 ㅎ 다시 요리 쪽으로 돌아갈까 싶기도 하

molylana2204.tistory.com


1. 영주권 받으려면 진짜 어려운데, 넌 그걸 참 쉽게도 받는구나

아 그렇죠, 미국, 호주, 영국, 캐나다 등등 영주권 받기 어려운 거 저도 잘 압니다. 근데 있잖아요, 저는 영주권 받으려고 결혼한 것 아닌데요? 말씀을 이렇게 하시는 이유는 나는 영주권 받으려고 갖은 고생을 다 하는데, 너는 결혼으로 쉽게 받으니 부럽다는 뜻인가요, 아니면 제가 국제결혼을 한 것이 마치 무임승차라도 한 것 같아서 배가 아프신 건가요 ㅠㅠ 저 있잖아요, 결혼하고 나서 호주 살아본 적도 없고, 그래서 영주권을 받을 이유가 1도 없었습니다. 저 호주 영주권 없어요. 모르시면서 말씀을 그런 식으로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영주권 파이팅 하세요~~~

2. 애가 이중 국적이라 참 좋겠네

구체적으로 뭐가 좋은지 말씀을 해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정말 무슨 말씀이신지 모르겠어서요. 혹시 그런 건가요? 엄마 아빠의 언어와 문화를 다 물려받을 수 있고, 호주나 한국에서 살면 그에 맞는 사회보장도 받을 수 있고.. 그래서요? 근데 저희는 현재 호주도 한국도 아닌 곳에서 살고 있거든요. 저희 아이가 이중국적이라도 한국분들은 저희 딸을 한국사람으로 대하지 않으시잖아요. 어쩜 너는 한국어를 그렇게 잘하니, 어쩜 너는 우리 애보다 한글을 더 잘 쓰니..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이중국적이라 좋겠다고 하시는 건 제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겁니꽈..

아참, 그리고 이중국적 아니고요, 복수국적입니다. 정정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돠~

3. 시집살이 안 해서 좋겠다.

시집살이란? 여자가 시집가서 시집식구들과 함께 살면서 심신 양면으로 겪는 고된 생활을 뜻한다 (출처 : 네이버 백과). 여기에 매우 중요한 두 가지 핵심이 있습니다. 1. 시집 식구들과 함께 살면서 2. 심신 양면으로 겪는 고된 생활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분들 중에 시집 식구들과 함께 사시는 분 1도 없었고요, 심신 양면으로 겪는 고된 생활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명절 증후군과 같은 맥락의 고된 일이라면, 저도 크리스마스 때 시댁 가면 손님치레하느라 힘 좀 들어요.

솔직해집시다. 요즘 시집살이하시는 분 얼마나 계십니까. 한국에 있는 저희 친구들만 봐도 시댁분들이 참 젠틀하시고, 개인의 사생활 서로 존중하고, 선 안 넘고 그러더만요. 왜 국제결혼을 한 저는 시월드 없이 여왕마마 대접받는 사람이 자동적으로 되어야 하는 걸까요 ㅜㅠ

4. 너 영어 잘해?

그대의 영어 실력이 얼만큼인지는 모르겠어서 그대보다 잘하는지 아닌지 모르겠네요. 언어는 언어일 뿐, 뭘 그렇게 레벨을 나누려 하시는 건가요. 여기가 학교도 직장도 아닌데, 그대의 영어가 나보다 낫다고 한들, 그렇지 않다고 한들 그게 뭐 중요합니까. 영어를 잘한다는 기준점이 뭐예요??

한 가지만 예를 들어 볼게요. 우리나라에 결혼이민을 오신 외국인 분이 있다고 해봅시다. 그분은 억양이나 발음이 한국인과 다를 수 있을지 몰라도, 한국인과 대화할 때 이해하는 부분에 문제가 없다면 된 것 아닌가요? 아무리 한국에 오래 살아서 문화를 이해할 수는 있어도 한국인과 같은 네이티브가 되기는 어려운 부분이 분명 있을 거예요. 저도 똑같아요. 아무리 외국에서 오래 살았고, 영어를 듣고 쓰고 읽고 말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 하더라도 전 네이티브가 될 순 없지요.

5. 언제 호주에 / 한국에 돌아갈 거야?

저도 아직 몰라요. 저희는 호주에서 만나서 연애하고, 미국 - 싱가포르 - 한국 - 싱가포르 이렇게 옮겨 다니며 살았어요. 인생은 나그넷길이라고 하잖아요. 저희도 다음 나라가 어디가 될지 정말 몰라요. 그냥 이곳에 직장이 있고, 저희의 삶이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인 신분이지만, 여기에서 사는 거예요. 나름 잘 적응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이런 질문들은 때때로 내가 여기서 사는 게 많이 이상한 건가 싶기도 한 게 기분이 좀 묘해요.

6. 호주는 백호주의 때문에 인종차별 엄청 심하다며?

하아.. 이 말 정말 자주 듣는 말이에요. 솔직히 저는 백호주의라는 말을 한국사람을 통해 알게 됐어요. 이 얼마나 아이러니합니까 ㅠㅠ 인종차별이 없는 나라가 있기는 할까요? 사람들이 인종차별은 아주 나쁘다는 교육을 받아서 속으로는 어떨지언정, 겉으로까지 인종차별을 실천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싶은데.. 남편이 호주 사람이고, 저도 호주에 살아본 사람으로서 이런 말을 들으면 솔직히 기분이 나빠요. 어떤 사람이 어떻게 인종차별을 당해서 퍼트린 말인지는 몰라도 안 겪어 보셨으면 카더라 통신 이용 자제 좀 부탁드려요. 그래서 한국인은 인종차별 안 합니까? 제발 우리 스스로 먼저 좀 되돌아보면 어떨까요?

별로 친하지 않은데 이렇게 툭 말을 던지시는 분이 계시는가 하면, 친한 사이인데도 무슨 말 끝에 이렇게 툭 던지시는 분도 계시고요. 솔직히 친한 사람이라면, 그래 별 악의 없이 하는 말이니까 대수롭지 않게 넘어가요. 근데 별로 친하지 않은 분이 (친해지려는 노력의 일환인지는 몰라도) 이런 말씀을 하시면 속된 말로 황당하더라고요.


국제결혼과 다문화가정이 많이 흔해진 건 사실이지만, 아직도 저희 같은 다문화 가정이 뭔가 다를 거라는 생각을 기초에 두고 대하시거나 말씀하시는 분이 많은 것도 사실이에요. 서두에도 썼지만, 다문화 가정 이루고 산지 10년이 넘었기 때문에 이런 말들을 들어본 게 한두 번은 아니고요, 그래서 이제 제 나름대로 기분 좋게 받아치는 대처법도 있어요. 근데 이제 국제결혼 하신지 얼마 안 되는 분들 이라든지, 국제커플이신 분들에게는 어쩌면 기분 상하는 말일 수도 있다는 걸 아셨으면 하는 생각에서 긴 글을 주저리주저리 써봤습니다.

다름을 인정하는 삶.. 정말 멋지지 않나요? 저희는 특이하지 않아요. 특별하지도 않고요. 그것만 알아주신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럼 저는 인사하고 물러갈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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