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4. 25. 01:40ㆍ성실엄마 일상/성실엄마 이야기
안녕하세요 성실엄마입니다. 여러분은 부모님 사진을 자주 보시나요? 요즘은 워낙 비디오폰으로 쉽게 얼굴을 볼 수 있는 시대다 보니, 부모님 사진을 보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예전에 [우리 엄마, 아빠 어렸을 적] 이라는 딸아이 유치원 숙제가 있어서 앨범을 좀 열어 봤더랬습니다. 그 후로 딸내미는 시도 때도 없이 사진첩을 꺼내 봅니다. 돌도 안된 저를 앉고 계시는 저의 아빠 사진을 보며,
우와~ 엄마는 너무 귀여운 아가였구나~~~ 근데 이 사람은 엄마 아빠야?
응 맞아.
나 태어나기 전에 하늘나라 가신 할아버지?
응 그렇지~~
아이를 재운 뒤 저는 그 사진을 다시 꺼내보았습니다. 왠지 모르게 울컥하더군요. 벌써 돌아가신 지 1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지만, 사진 속의 저희 아버지는 참 영맨 (Young man)이셨습니다.
오랜만에 공책을 꺼내어 그리운 마음을 꼭꼭 담아 자작시를 만들어 보았습니다. 용기 내어서 공개해 볼게요.
기억 속 그대
그대가 허공으로 흩어지던 그날,
나는 그대의 빈자리를 떠날 수 없었다.
유한한 나는 영원이 된 그대를
움켜 잡을 수도 없었다.
이제 그대는 더 이상 아린 아픔이 아니구나.
내가 그대 없이 너무 행복해서 미안하다.
그대의 냄새조차 기억 못 하는 나라서 미안하다.
바람이 된 그대는 나에게 속삭이는구나.
나 없이 많이 행복해서 고맙다.
냄새는 기억해서 무엇하냐.
너의 삶을 잘 살아줘서 고맙다.
너의 옆을 지키는 듬직한 저 놈이 참 고맙다.
자스민 향기로 찾아오마.
시원한 빗줄기로 찾아오마.
무형이 된 나는 너를 이리 사랑 하마.
이제야 목놓아 울어본다.
고맙다, 사랑한다 허공에 외쳐본다.
예전처럼 그대는 또 그렇게 흩어진다.
결혼식을 하던 그날, 아버지의 빈자리가 참 크게 느껴졌습니다. 그걸 지켜보고 계셨는지 결혼식을 마친 그날 밤, 제 꿈에 아버지께서 오셨습니다. 꿈 속의 아버지는 은회색 연미복을 멀끔히 차려입으시고 제 결혼식장에 계셨어요. 결혼 축하해주러 왔다며, 우리 딸 잘 살라 하시더군요. 그래서인지도 몰라요. 어쩌면 정말 영혼이란 게 있고, 그 영혼이 나를 지켜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믿고 싶어 지는 이유 말입니다.
죽음이라는 이별의 아픔은 그저 서서히 줄어들 뿐 없어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살아계신 친정어머니께, 시댁 부모님께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러분도 후회 없이 아끼고 사랑하며 사시길요.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바라면서 저는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