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험 산모들께 힘과 용기를.. 많이 힘드시죠? (feat. 저도 경험자예요+성실엄마 만삭사진 공개)

2020. 7. 6. 01:45성실엄마 일상/성실엄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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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은 싱가포르의 Youth Day입니다~ 딸 상전이 유치원을 안 가는 날이라 어제 미리 예약 걸어놨습니다. (그러니까 이 글을 쓰는 지금은 일요일 밤이라는 말씀 이예 용^^;;) 이래야 몸과 마음을 바쳐 영혼을 불태워 만드는 멋진 하루를 딸 상전님께 드릴 수 있죠 아하하하하.

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매우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좀 나누고자 해요. 음.. 음식 이야기는 거의 매일 하고, 사는 이야기를 좀 들려 드렸으니.. 제 이야기를 좀 나누면 저랑 좀 더 가까워지는 늬낌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제일 크고요, 무엇보다 남자들에게 군대 이야기가 빠질 수 없듯 여자들에겐 출산 이야기가 빠질 수 없어요. 뭐.. 어디까지나 출산을 경험한 분에 한하긴 하네요.

딸내미 생후 6개월경 사진

저는 결혼하고 나서 신혼생활 3년정도 마음껏 즐긴 뒤 2015년도에 임신에 성공했어요. 이왕 갖는 거 1월생을 만들어 보고 싶었지만, B형 간염 항체가 없다는 소리를 듣고 그거 3차까지 다 맞고, 항체검사까지 클리어한 후에 노력을 했습지요 ㅋㅋ. 그래서 임신 전에 엽산도 5개월을 넘게 먹었어요. 그리고 저희 딸내미는 노력한 첫 달에 바로 찾아와 주었습니다. 저는 임테기를 들고 감격에 젖어서 울고불고 난리였는데, 퇴근 후에 막대기 두 개 그어져 있는 임테기를 본 남편의 반응은.. 이게 뭐야????? 였습니다. 아오 무드가 증말 ㅡㅡ;;;;;

아기천사가 이렇게 빨리 찾아와 주고, 제 뱃속에 생명이 자라고 있다는 경이로움이란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든 벅찬 감동이었고, 축복이었습니다. 때는 임신 17주 5일 차.. 자고 있는데 따듯한 뭔가가 주르륵... 흘러나왔어요. 저는 꿈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침대가 축축한 거예요. 그래서 바로 화장실을 달려갔더니, 하혈을 엄청 하고 있더라고요. 정말 너무 무서웠어요.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소름이 끼칠 정도니까요. 정확하게 새벽 3시 30분이었습니다. 서둘러 남편을 깨워서 다니던 산부인과로 갔습니다. 운이 좋게도 그 시간에 야간 분만을 하는 분이 계셔서 의사 선생님을 만날 수 있었죠. 초음파를 하시더니 태반이 들렸대요. 아무래도 큰 병원을 가야겠다며 날이 새는 즉시 대학병원을 가라고 하셨어요.

하혈을 끊임없이 하지, 애기는 걱정되지, 걸을 때마다 찌릿찌릿 전기오는 늬낌까지.. 그야말로 인생 최고의 고비를 넘는 순간이었어요. 당시 저희 집 근처에는 여의도 성모병원, 이대 목동병원, 연대병원, 한림대 성심병원이 있었습니다. 저희는 여의도로 가기로 했어요. 아침 일찍 갔는데 한 시간을 넘게 기다린 끝에 교수님을 뵐 수 있었습니다. 낯빛이 많이 어두우셨어요.

전치태반, 조기 태반박리 50% 이상 진행, 장막 및 양막 분리 50% 이상 진행, 혈액 직경 5cm 이상 이라더군요. 한마디로 임신유지가 힘든 상태라는 거예요. 18주도 채 안된 제 아기는 200g도 되지 않았고, 그렇기에 응급수술을 한다 하더라도 도저히 살려낼 수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는 것은 초음파 상으로도 박리된 태반이 펄럭 펄럭거리던 것입니다.

왜요??? 저는 술, 담배도 전혀 안 하고.. 무거운 것도 들지 않았고, 항상 엄청 조심했다고요. 허리가 조금 아팠던 걸 빼면 별다른 증상도 없었어요 ㅠㅠ
어머님, 잘 압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증상은 무슨 원인이 있어서가 아닙니다. 일단 입원 수속하시죠.

그렇게 저는 바로 집중관리에 들어갔어요. 항생제, 자궁수축을 억제하는 유토파, 수액, 식간 금식, 소변줄, 자궁수축 억제제와 패치, 매 4시간마다 아이 심박동 체크, 하루 3번 혈압체크 등등 온몸에 별별 줄이란 줄은 주렁주렁 달고 그야말로 내 새끼 살려내기 프로젝트에 들어갔습니다. 첫 3주 동안은 샤워는 고사하고 누워서 대소변은 다 봐야 했으며 심지어 음식도 누워서 먹고, 배에 힘들어 가면 안 된다고 제 마음대로 말 하지도, 울지도 못했습니다.

34주 만삭 사진 찍는 기적까지 유후~! 저걸 찍고 병원을 또 가야했음 ㅠㅠ



그런데 기적이라는 건 반드시 있습니다. 임신 34주 차까지 자궁수축 억제제와 무조건 침상안정을 유지해야 했어요. 그런데 왜 기적이라 하느냐!!! 저희 딸내미는 만삭을 이뤄내고, 그것도 모자라 예정일에서 3일이 지나서 당당히 자연분만으로 무통주사도 안 맞고 (못 맞고가 더 정확합니다. 마취과 선생님이 퇴근을 하셨거든요 ㅠㅠ) 3.35kg이라는 몸무게를 가지고 태어났어요. 아이 울음소리를 듣는데 저는 이제 됐다.. 고맙다 아가.. 하며 정말 펑펑 울었어요.

나중에 산욕기 검사받으러 병원에 갔을 때, 교수님께서 저 같은 태반 쪽 고위험 산모가 만삭과 자연분만을 이루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며 학계에 알릴 정도라 하시더군요. (정말인가요 모나리자19님??)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다고 하시는데 거기서 또 눈물이 왈칵 ㅠㅠ

이 아이를 제 품에 안기까지 하루가 무사히 지남에 그저 감사하는 삶을 살았더랬습니다. 제 스스로 앉아서 음식을 먹고, 제 발로 화장실을 가고, 가고 싶은 곳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도 깨닫는 계기가 됐고요.

오늘 이 시간에도 아이를 살리고자 제가 달았던 줄들을 주렁주렁 달고 계시며 마음 조리실 산모님들이 계시리라 짐작해 봅니다. 저도 다시 하라면 절대 못할 것 같아요. 그런데 산모님들.. 제가 고위험 산모의 경험자로서 몇 마디만 조심스레 올려드릴게요.

1. 물론 많이 힘들지만, 좋은 생각만 하세요~ 그래야 뱃속 아가도 편합니다.
2. 산모님들이 뭔가를 잘못해서 이런 시련을 겪는 게 절대 아니에요. 어쩌다 보니 이런 일이 우리에게 생긴 겁니다. 나 때문에 아이가 힘들게 됐다는 생각이나 자책 같은 거.. 하지 마세요 ㅠㅠ
3. 아이 몸무게 늘린다고 드시는 초코우유는 절대 씨잘데기가 없어요. 저도 해봤는데 제 살만 쪘어요 ^^;;;;;
4. 인터넷 맘 카페 어쩌고 하는 거 백날 보셔야 소용없어요~ 이건 그야말로 Case by Case입니다. 오히려 인터넷에 떠도는 말 때문에 걱정만 쌓여갈 수도 있어요. 인터넷 서칭 끊어주세요..
5. 그리고 이것은 남편분들에게 보여주세요. 산모님들은 지금 아이를 살리기 위해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겁니다. 24시간 누워있는 건 말짱한 정신 가지고서는 정말 못할 일이에요. 남편분들도 힘드시겠지만, 아내분들에게는 그 무엇보다 따듯한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됩니다. 참고로 저희 신랑은 매일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출근하기 전에 병실에 와서 저랑 1시간 반 정도 있다가 출근하고, 퇴근 후에 또 병원에 와서 2시간 이상씩 있다가 가고 그랬어요. 아빠의 무게란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함께 으쌰 으쌰!! 해주세요.


저희 딸이요? 아무도 뱃속에서 이렇게 고생했는지 모릅니다. 저는 이 아이를 통해서 세상에 신은 존재한다는 게 느껴질 정도 랍니다. 어쩌면 이 글을 보고 계시는 산모님들 중엔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는 심정으로 읽고 계시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저도 방법을 제시해 드리지는 못해요.. 이건 정말 인간의 영역이 아니잖아요. 하지만 어쭙잖게나마 용기를 드리고 싶어요. 원하신다면 함께 기도라도 해드리고 싶고요. 오늘도 하루 버티시느라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름다운 그 이름.. 어머니...

Pixabay로부터 입수된 Bruno /Germany님의 이미지 입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또 봬요~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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