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이사 준비 ≥ 막노동 (feat. 아찔한 상황, 생존먹방, 소소한 근황 및 중대발표 2탄)

2020. 7. 20. 22:37성실엄마 일상/성실엄마 이야기

반응형

여러분~~ 오랜만에 인사하는 기분이네요~ 잘 지내셨어요? 저는 말씀드린 바와 같이 짐 싸기 전투를 매우 치열하게 하며 지냈습니다. 실은 4일에 걸쳐 짐을 43박스를 혼자 싸다 보니 기운도 많이 없어요. 그래도 월요일에 뵙자는 약속을 차마 저버릴 수가 없어서 이렇게 급하게나마 제 일상을 좀 나누고 싶었어요. 저희 딸 상전 말을 인용하자면 저는 약속 대장 이니까요 하하. 대략적으로 5가지 정도 말씀드릴게요~

 

1. 늦게 찾은 재능

지난주 금요일 점심시간 때 즈음해서 이삿짐업체 사람이 저희 집을 방문했어요. 박스 100개, 박스 테이프 7 롤, 버블랩 엄청 큰 거 한 롤,  갱지 전지 2 롤, 라벨 100장을 쌓아 주시며 수고하란 말과 함께 쿨내 진동하게 떠나시더만요. 그래서 저는 금-5박스, 토-12박스, 일-12박스, 월-14박스 총합 43박스를 촥촥 쌓았죠. 전 제가 이렇게 짐을 잘 싸는 기술이 있는지 몰랐잖아요. 내일모레 마흔에 이런 재능을 발견해 내다니 ㅋㅋ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던가요. 해외이사 네 번을 거저 한 게 아니었네요 ㅎㅎ

성실댁의 짐싸기 기술, 밤에 찍은거라 사진이 어두워요.

2. 아찔한 상황

첫날 금요일에 호기롭게 시작한 짐 싸기.. 그런데 손에 안 익은 데다가 딸내미 자라고 방에 들여보내고 시작을 한 거라 스피드가 좀처럼 나지 않았어요. 네 박스째 짐을 싸고 나서 남편 한데 박스를 쌓아달라고 했죠. 갑자기 아악~!!!!!!!!!!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려서 깜짝 놀랐어요. 그러고 나서는 제가 기절할 뻔했죠. 

 

대환장 파티의 서막

이걸 버려야지 하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놨는데 어느 순간 떨어져 있었던 모양이에요. 저 날카로운 부분이 발 뒤꿈치에 박혀있더라고요 ㅠㅠ 저는 정말 너무 웃픈 게.. 남편이 짐을 패대기치고 저걸 뽑아낼 만도 한데, 박스를 꼭 끌어안고 발뒤꿈치 들고 바들바들 바들 떨고 있는 거예요. 정말 너무 깜짝 놀라서 저걸 빼내 보니 발 뒤꿈치에 구멍 네 개가 뽕뽕뽕뽕ㅠㅠ 일단 지혈시키고, 알코올과 베타딘으로 소독한 뒤 베아로반을 발라줬어요. 파상풍 주사 언제 마지막으로 맞았냐고 물어보니 10년은 족히 된 것 같대요. 그래서 그다음 날 바로 병원에 보냈죠. 예상대로 파상풍 주사받고 항생제 5일 치 타 왔더라고요. 상처가 깊지 않아서 정말 천만다행이에요.

 

3. 달달 구리 한 아범의 이벤트

칠칠맞은 마누라 덕에 강제로 발꿈치에 구멍 네 개 생기고 파상풍 주사까지 맞아야 했지만, 제가 짐을 싸고 있을 동안에는 딸내미랑 놀아주는 임무를 가지고 있어요. 집안에 박스가 쌓여가고 너저분하고 먼지까지 휘날리니 하루에 적어도 두 시간 정도는 밖에 나가서 딸내미랑 데이트하고 오고 있네요. 토요일엔 부녀가 도서관에 가서 책도 빌리고, 간식도 사 먹고, 우체국 가서 딸내미가 양가 조부모님께 쓴 편지도 부치며 알콩달콩 데이트 즐겼더랬죠. 그러고는 집에 오는 길에 예쁜 컵케익을 사 왔어요. 용돈도 얼마 안 주는데 이럴 때마다 올려줘야 하나 싶네요. (이거 혹시 전략이니, 서방??) 고된 하루를 달달구리한 예쁜 컵케익으로 마무리 짓는 것도 참 좋네요.

 

Twelve Cupcakes에서 사온 컵케익. (6개 한박스 30불)

 

4. 점점 딸려가는 힘과 누적되는 피로, 생존 먹방

제가 아무리 기운 센 천하장사라고 해도 하루에 10박스 넘게 짐 싸는 것은 정말 너무 고되네요. 아직 반도 못했는데.. 그래서 저희의 전략은 하루에 한 번은 밖에서 사 먹고, 집에서 요리하는 시간은 최소한으로 줄이기 및 저는 짐 담당, 남편은 아이랑 놀기 및 설거지, 장보기 등 각종 자질구레한 일들을 하는 거예요. 이번 주는 내내 딸내미 방학이라 육아 전투가 만만치가 않네요. 그래서 피로 해소에 좋은 함량 높은 비타민B와 근육통을 줄여줄 수 있는 파나돌(타이레놀계 진통제)을 매일 먹고 있어요. 어젯밤에는 딸내미 재우고 나서 일주일치 식량을 만들었어요.

 

일주일치 식량. 이것은 생존 먹부림

토마토 파스타, 크림 파스타, 짜장, 소고기 볶음, 피자 만들어 먹을 토마토소스.. 이거면 일주일 버틸 수 있을 거예요. 불어 터진 파스타가 뭔 맛이냐고요? 아휴~ 원래 파스타는 먹고 남은 거 그다음 날 먹는 게 제일 맛있다는 속설이 푸헤헤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배고프면 다 맛있습니다. 이것이 그냥 생존 먹부림 이겠습니까요. 이렇게라도 먹고살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보이시죠? 이제 이것들을 샐러드 내지는 브로콜리 데친 거에다 먹어주면 됩니다. 나름 골라먹는 재미도 있어요 하하.

 

5. 중대발표 2탄 혹은 송구한 변명

정말 이삿짐 싸는 것은 막노동과 같은 혹은 더한 육체적 고통을 주네요. 저희 친정엄마나 시댁에서는 네가 그걸 어떻게 다 하냐며 난리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저희 가족은 각자의 자리에서 하루하루 이사 준비를 묵묵히 해나가고 있어요. 저는 주 5일 블로그가 가능할 거라 생각했지만 역시나 무리네요. 저희는 8월 초에 이사하고요, 짐 풀기 등등을 하고 나면 아무리 빨라도 8월 중순~말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아무래도 약 한 달간은 블로그를 쉬어야 할 듯합니다. 다음번 글은 산뜻하게 정리된 성실댁네 집을 소개해 드리는 랜선 집들이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되도록 빨리 올게요. 그동안 모두들 건강 잘 챙기시고요~ 가끔 제 생각도 해주시고요.. 잘하라고 응원도 해주시면 더 좋고요~^^ 왠지 아쉽네요. 영영 이별도 아니건만 이 밤에 혼자 청승 떠는 이 기분이란 ㅋㅋ 그럼 저는 이렇게 인사하고 총총 물러날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4주 뒤에 뵙겠습니다, 땅땅땅. (제발요~~)

300x25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