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호주 국제커플 혹은 다문화가족 이야기 (feat. 이런말은 조심합시다.)

2020. 10. 23. 08:43성실엄마 일상/성실엄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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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늘은 오랜만에 요리 이야기가 아닌 제 이야기 혹은 저희 가족 이야기를 좀 하려고 하는데요, 중대 발표하는 것도 아닌데 왠지 떨리네요 ㅎ 다시 요리 쪽으로 돌아갈까 싶기도 하지만, 용기를 내어서 한 글자씩 써 내려가 볼게요. 혹시라도 이건 아닌 것 같다라던지 불편하다 싶으시면 나가셔도 되는데, 이왕이면 쓴소리라도 좋으니 한 말씀 남겨주세요.

 

오늘은 국제커플에서 다문화가정을 이루며 산지 11년 차 되는 여자가 쓰는 뭐랄까.. 이것만은 하지 맙시다!!라는 주제로 글을 쓰려하거든요. 개인적으로 아직도 가슴에 응어리지는 혹은 아직도 짜증이 나는 에피소드를 위주로 할게요~

 

기본적으로 저희 가족을 좀 소개할게요. 저희는 호주(백인) 남자 + 한국 여자의 조합입니다. 그리고 저희 남편은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요. 그래서 한국분들은 저희 남편에게 더 친밀감을 쉽게 갖으시는것 같아요. 여기서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생각하여 가명을 쓰도록 할게요. 저희 남편은 케빈, 딸내미는 제시카로요.

 

눈 튀어나올만큼 황당함

 

1. 남의 남편/아내 이름 함부로 부르지 말자

서양인이라고 해도 상대방 배우자 이름을 함부로 막 부르지는 않아요.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혹은 상대가 허락한 경우에만 하죠. 영어에 존댓말이 없다는 생각을 하실지도 모르지만.. 한삽만 파 봐도, 같은 뜻의 단어에 캐주얼한 단어와 격식 있는 단어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거예요. 여러분이 많이 아시는 Mr, Mrs. Sir, Ma'am 등등의 영어에도 상대를 높이는 존칭이 있다는 걸 알아주세요. 그리고 내 배우자 역시 존중받기를 원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 주세요. 뭐라 해야할지 모르시겠으면, 케벤씨, 케빈형, 형부, 제부, 제시카 아빠 이런 호칭으로 부르시면 듣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요~

 

저는 심한 경우에 20대 초반밖에 안 된 애가 저희 신랑한테 계속 케빈, 케빈!! 하는데 속에서 천불이 나더라고요. 저보다 살짝 어린 어떤 분은 저희랑 엄청 친하다고 생각한 건지는 몰라도 저희 신랑한테는 케빈, 본인 아들한테는 ~~ 씨 하는 거 보고 어찌나 기분이 상하던지.. 이런 사람들은 그냥 제 마음에서 제명!! 을 해버렸네요. 

 

국제커플 이미지

 

2. 연상연하 커플인 경우 능력 좋다는 말, 영계 잡았다???!!!

저희는 연상연하 커플이에요. 제가 신랑보다 3살이 많아요. 그러면 장난으로 농담으로 [공부하라고 보내 놓았더니만 연애만 했냐]는둥, [영계를 물었다]는 둥, [능력 좋다]는 등의 말을 심심치 않게 들었네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저는 단 한 번도 서양 문화에서 너 나이 몇 살이냐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어요. 심지어 이력서에도 나이를 적는 칸이 없어요~ 정말 나이를 안 궁금해해요~ 그러니 나이 차이에 상관없이 친구 먹고 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좋은 말도 여러 번 들으면 질린다는데 제가 꼭 꽃뱀이 된 것 같은 저런 늬낌의 말은 정말 별로... ㅠㅠ

 

 

 

3. 미국 사람이야??

백인이면 다 미국 사람 입니꽈 ㅋㅋ 입장 바꿔놓고 어느 나라 갔는데 우리더러 중국사람이야? 하면 기분이 어떠세요? 아시안이면 다 중국사람은 아니잖아요. 절대 오해하지 마세요. 중국을 비하하는 발언이 아니고요~ 실제로도 중국이 아시아에게 제일 큰 나라이니까 백인들은 아시아 사람 보면 중국사람 혹은 일본 사람인 줄 알아요. 그나마 BTS, 싸이, 삼성, LG, 그리고 북한 덕에 한국이란 나라가 있구나~~ 하고 존재감이 살짝 있는 정도예요. 

 

 

 

4. 영어학원 선생님이지?

여러분.. 한국은 2019년 기준 GDP 세계 12위 하는 나라예요. 직업군도 정말 많고요, 다른 나라에서 기술을 아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나라이기도 하죠. 영어 선생님이 나쁘다는게 아니고, 영어쓰는 사람은 한국에서 선생님만 할 수 있는게 아니라는걸 말씀드리고 싶은거예요. 이렇게 대놓고 영어학원 선생님이냐고 물어보시는 분 중에 소수의 분들은 '너 까짓게 너네 나라에서 벌어 먹을것 없으니 우리나라 와서 영어 가르치며 문제 일으키는거 아니냐, 꺼져라' 의 뉘앙스로 말씀하시는 분도 계시더이다. 저희는 결혼하고 약 3년 정도 한국에서 산 적이 있었는데, 많이 들었던 질문 중에 하나가 남편 영어학원 선생님이냐며 ㅋㅋ 저희 남편 원래 직업이 뭔지 알려줘도 모르시는 분이 더 많으시던데 ㅠㅠ 

 

 

 

5. 제시카는 애가 혼혈이라 예쁘다?!?!

이건 말인가요 방귀인가요.. 정확하게 한번 따져볼까요? 예쁜 혼혈 = 백인+황인 혼혈이라는 등식이 있는 건 아니고요? 저는 아직도 동남아 혹은 흑인계 혼혈아이들이 한국에서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왕따 당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접합니다. 제발 피부색으로 나누지 맙시다. 정확히 말하면 이것도 인종차별이에요. 저는 저희 남편이 백인이라 결혼한 것도 아니고, 저희 딸은 제가 낳은 제 새끼라 예쁜 겁니다. 자식은 건드리지 말아 주세요.

 

 

 

 

오늘은 이렇게 다섯까지만.. 예전 일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흥분을 해서 글에서도 저의 짜증과 흥분이 엄청 묻어났을 거예요. 짜증 바이러스를 전파해드렸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렇게 목소리를 내서 한 번쯤은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사람들도 실수를 하지 않을 테니까요.. 

 

저는 매일 남편의 눈을 보며 말을 해도 남편의 눈동자가 에메랄드빛이라는 인식을 안 하게 되고, 3살 차이를 못 느끼고, 백인임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저희 딸을 보고 피부가 하얘서 예쁘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영어를 찰지게 해서 똑똑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이런 게 '사랑' 아닙니까? 이런 걸 보고 '하나'라고 하는 것 아닌가요?? 이렇게나 저의 일부인 그리고 제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낱 흘러가는 관심거리로, 우스갯소리로 비하되는 것이 너무 화가 나서 오늘은 이렇게 주절거려 봤어요. 신기하더라도 참아주세요. 제발 저런 말은 그냥 고이 넣어두세요. 다문화가정을 꾸리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부탁드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주말 잘 보내시고 월요일에 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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