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호주 국제결혼 8년차, 청와대 사랑채 결혼이야기 (feat. 작은결혼식 및 성실댁사진 대방출)

2020. 11. 2. 08:30성실엄마 일상/성실엄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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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주말 잘 보내셨나요? 저희는 주말에 결혼기념일이 끼어서 이것저것 나름대로 기념도 하고 그랬어요. 옛날 사진을 꺼내보는데.. 옴뫄나 세월이 이렇게나 흘렀는데도 어제 일같이 생생하더만요. 저희는 호주에서 만나 연애를 시작하고, 장거리 연애 2년을 끝으로 결혼에 골인한 부부입니다.

 

연애 때부터 결혼식까지 정말 엄청난 이야기가 많이 있지만 오늘은 저희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  저희 결혼식이 정말 작지만 알찼거든요 (극히 개인적인 의견임..). 그 이유가..

1. 손님 80명 안팎의 작은 결혼식이었음에도 가족 이외의 친구들이 호주, 미국, 영국, 캐나다에서 저희를 축하해주러 왔었고요. (그래서 신혼여행은 미루고 축하해주러 오신 손님들과 시간을 더 많이 가지려 했고요.)

2. 본식이 아침 11시.. 저희가 살던 곳은 당산, 메이크업 장소는 청담동, 결혼식 장소는 청와대 사랑채.. 그래서 새벽 5시부터 일어나서 메이크업 - 본식 - 점심 피로연 - 이동 - 저녁 피로연.. 결혼식 다 끝나고 집에 오니까 밤 11시 이더이다 ㅠㅠ

 

 

청와대 사랑채에서 결혼식

 

특히나 제가 오늘 들려드릴 이야기는 작은 결혼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저희는 천만원으로 결혼식장, 웨딩드레스, 턱시도, 남녀 한복, 본식 촬영, 점심 및 저녁 피로연 촬영, 메이크업 (저희 두 명, 친정엄마, 시어머님, 시 할머님 포함), 청첩장, 점심+저녁 식사, 점심 후 저녁 장소로 이동을 위한 벤 4대, 오신 손님들께 드릴 구디백까지 다 해결했어요. 천만원이 물론 큰돈이기는 하지만, 일반 웨딩홀에서는 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축의금으로 다 충당이 되기도 했어요.

 

 

셀프 웨딩촬영 (커플촬영이라 해야할 듯)

 

 

1. 작은 결혼식 : 저희는 좀 특별한 저희만의 결혼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특별하다는 것은 돈 많이 들여서 럭셔리하게 남들 다 부러워할 호텔 결혼식 그런 것보다 의미 있고 오롯이 저희와 축복해주러 오신 손님만을 위한 날을 만들고 싶었다는 의미예요. 결혼전에 뿌렸던 축의금 생각도 났지만, 그렇다고 연락 안 하던 사람들에게 나 결혼한다고 말하는 건 더 별로였고요.. 그래서 여기저기 인터넷을 들쑤신 결과, 생개협이라 불리는 활개혁 협의회와 작은 결혼정보센터라는 곳을 찾게 되었죠. 대한민국 전국의 공공시설 (예를 들자면 국립 도서관, 서울시민청, 청와대 사랑채, 전국 각지의 구청 등등)에서 소정의 금액을 지불하면 결혼식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중에 청와대 사랑채는 그 이름 때문인지는 몰라도 약간의 경쟁률을 뚫어야 하는 미션이 주어졌죠.

 

① A4용지 분량의 에세이 작성

② 단 20 커플만 선정 

③ 결혼이란 주제로 열리는 교육 참석 

④ 8~12월 단 5개월간 주말에만 결혼식 허용 (제비뽑기)

이런 과정이 있었더랬어요. 그러니 제가 얼마나 글발을 살려가며 에세이를 썼겠습니까. 나는 격하게 저 20 커플 안에 들어가고 싶다!!! 는 정신으로 말이죠 ㅎㅎ 뽑혔다는 연락받고 로또 당첨된 기분이 이런 걸까 싶더이다.

 

 

본식 전 촬영

 

2. 스스로 준비하는 결혼식 (음슴체로 할게요~)

-결혼식 전 셀프 커플 촬영 : 친한 동생의 도움 + 저희가 가지고 있는 DSLR로 촬영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 당시 해외 사이트를 검색해서 구입함 (기성복이기에 수선은 필요했음)

-한복 : 동대문에서 발품 팔아가며 열 군데는 돌아다님, 합리적인 가격과 품질인지, 사장님 추천 한복지 색은 어떤지까지 확인. 한복 값이 드레스 값보다 비쌌..ㅠㅠ

-메이크업, 사진 촬영 : 이것만 웨딩플래너의 도움을 받음

-구디백 준비 : 오신 손님 전원에게 드리는 소소한 답례의 의미로 준비한 떡, 프리웨딩사진, 호주에서 공수한 코알라인형, 저희 이름과 결혼 날짜 새겨서 제작한 한국 전통혼례 그림이 그려진 합죽선 부채 등

-점심식사 : 틈틈이 사랑채 근처 한식집을 돌아다니며 (아빠다리 하고 앉지 않는 곳 위주 - 서양분들을 배려하기 위함..) 한식 코스 하나씩 시식하고 마음에 든 곳으로 예약

-저녁식사 : 스몰웨딩에 걸맞은 곳을 검색해서 10군데 선정, 리스트 작성한 뒤 한 군데씩 돌아다니며 가격, 분위기, 음식, 무대, 접근성 등등을 고려해서 선정

-그밖에 결혼식 사회 대본 (한국어/영어) 짜기, 주례 없는 결혼식이었기에 우리만의 결혼 선서 준비

-본식에서는 주례 대신 양가 부모님의 덕담으로 대체

-신랑친구 2명, 신부친구 2명 선정해서 저녁 피로연 때 스피치 부탁 

-저녁 피로연 때 춰야하는 First dance 연습 (한 달 넘게 걸림 ㅠㅠ)

-뭐든 한국어와 영어로 준비.. 심지어는 청첩장도 두 가지 버전으로 준비

-식 끝나고 한달 쯤 후에 Thank you note 준비해서 결혼식에 오신 분들께 단체사진, 본식과 피로연에서 했던 결혼 선서, 친구들의 스피치 내용 등을 담아 그 날의 감사함을 공유.

 

 

저녁 피로연 - First dance (결혼식 후 신랑신부가 추는 춤)

 

남들도 결혼 준비는 힘들다고 하는데 저희는 셀프 웨딩이라, 게다가 국제커플이라 신경 쓸 부분이 더 많았던 것 같아요. 준비하는 내내 행복하기만 하지는 않았지만 (너무 솔직한가?) 결혼식 끝나고 나니까 성취감이 엄청났어요. 인생의 제일 큰 프로젝트를 남편과 함께 기획하고 성공적으로 마친 기분 때문이었죠. 오신 손님들도 지금까지 봐왔던 예식과는 다른 신선함이 있었고, 기억에 오래 남는 이벤트였다고 덕담과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어요.

 

그리고 아직도 잊지 못할 꿈도 있었고요. 실은 제 친정아버지 돌아가신 지 5개월 만에 저희가 결혼식을 했더랬어요. 그래서 결혼식장이 웃음바다가 됐다가 또 울음바다가 됐다가 난리도 아니었죠. 결혼식을 마친 그날 밤 꿈에 저희 아빠가 은빛 제비(연미복) 턱시도를 멀끔히 차려입고 오셔서 결혼 축하해주러 왔다며 우리 딸 행복하게 잘 살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그 꿈이 너무나도 생생해서 결혼식 다음날 아침에 눈 뜨자마자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저희 결혼한 지가 벌써 8년 차인데 아직 10년 안됐으니 신혼인 거죠? 저희 신랑은 아직도 절 보면 눈에서 꿀이 떨어지니깐요 (나는야 마성의 매력덩어리 성실댁). 모든 분들이 축하해 주시고 축복해 주셨으니 오래도록 잘 사는 게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어요. 제가 결혼 선서 조항 중에 썼던 가장 마지막 조항이 '오늘을 잊지 않고 평생 동안 내가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여자라 믿으며 살겠다'는 것이었네요. 그리고 성실 아범의 생활신조이자 좌우명과 같은 한 문장의 글이 있으니.. Happy wife, happy life입니다. 그러니까 마눌님이 행복해야 본인 인생이 행복해진다 라는 것이죠. 고마워 성실아범, 그대의 이러한 아름다운 철학이 있어서 내가 참 행복하오.

 

내년에도 또 결혼기념일에 이런 글을 쓸지 모르겠지만, 오래오래 블로그도 열심히 할게요~ 그런 의미로다가 10년 전 성실댁 리즈시절(?) 사진도 투하하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10년 전, 당시 남친이었던 성실아범이랑 놀러간 타이페이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일 또 봬요~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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