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4. 27. 00:10ㆍ성실엄마 일상/성실엄마 이야기
록다운 걸린지도 오늘로 벌써 20일째입니다.
저희가 이사를 계획했는데 지금 상황으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네요.
그럼에도 짐을 줄일 수 있을만한 게 있을까 해서 정리를 좀 하다가
정말 해묵은 의무 기록 사본을 발견했어요.
옴뫄…아직도 심장이 벌렁거리네요.
사두증 혹은 두개골유합증 이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오늘은 그것에 대한 썰을 한번 풀어볼까 해요.
사두증
https://ko.wikipedia.org/wiki/%EC%82%AC%EB%91%90%EC%A6%9D
때는 바야흐로 딸내미 생후 3개월..
다니던 소아과에서 아기 두상이 이상하다는 거예요..
아이가 워낙 어리니 더 두고 보자, 잠잘 때 한 방향으로 재우지 말고 어쩌고 말씀을 좀 해주셨죠
그런데 5개월이 조금 안됐는데,
아무래도 대학병원을 가서 좀 확인을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며 소견서를 써주시더라고요.
의사선생님께서도 그냥 괜찮다는 말 들으러 가는 거다 생각하고 가보래요.
그런가? 우리애기 두상이 왜?!?!
그래.. 앞뒤로 좀 길쭉해 보이긴 하네…그래도 잘 크는데..?
저는 당시에 영등포구에 살고 있었고, 주변에 대학병원이 꾀 많았어요.
그래서 그중 하나를 선택해서 가벼운 마음으로 갔더랬죠.
인턴인지 전공의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자마자 애 머리에다 스타킹 같은 걸 씌우더니
줄자로 막 여기저기 재고 애는 싫다고 난리를 부리고.. ㅠ.ㅠ
게다가 머리 엑스레이를 총 다섯 번을!! (4번만 찍어도 되는 건데 한번 삑사리가 나서…ㅠ.ㅠ)
교수님께서 엑스레이를 요리조리 보시더니, 아이 머리가 너무 찌그러졌대요.
그리고 두개골이 총 4조각인데, 한 부분이 이미 붙어있는 것 같다 하시며..
이제 생후 5개월도 채 안 된 애한테 CT를 찍어야 할 것 같다고 하시는 거예요.
‘네?? 그럼 애가 움직일 텐데 어떻게 해요?”
8시간 금식에다가 CT를 찍을 때 애한테 수면마취 같은 걸 한대요..
교수님께서 CT를 권유하신 이유는 사두증, 혹은 두개골유합증이 의심스럽고,
두개골유합증 이라면, 두개골 절개술이 불가피하시다며…허어…
당시 아이 엑스레이 사진
어떻게 수납을 하고 다음번 예약을 했는지 기억도 안 나고
집에 오는 내내 유모차 밀면서 눈물 콧물 질질 흘리고
지하철 안에서는 거의 오열 수준.. (지금 생각하면 맴찢+챙피..)
그러다 친구 중 한 명이 서울대를 가봐라, 거기서도 CT를 찍어보라고 하면 그렇게 해보고.
일단은 다른 소견도 한번 들어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하더라고요.
정말 운 좋게도 예약취소하신 분이 계셔서 3일 후에 자리가 있다고 오라고 하시더라고요.
당일.. 정말 떨리는 마음으로 서울대를 갔어요.
속으로는 완전 쫄았지만 겉으로는 신랑한테 출근하라며 혼자 가도 된다 했죠.
드디어 교수님 면회..
그분께서 저희 아이 두개골 촬영 CD 본을 휙휙휙 넘겨 보시더니..
“얘 혼혈아죠?”
“네에..”
“여기 왜 오셨어요?”
“네???? 다른 대학병원에서 아이 두개골유합증을 의심하셔서…
다른 소견도 들어보고 싶어서..그래서.. (완전 어버버버버)”
“얘는 아빠 유전자를 더 받아서 원래 이렇게 태어난 애예요,
인종에 따라 두개골 모양이 좀 다릅니다. 백인은 앞뒤로 길어요.”
“네~ 네??? 그럼 이상이 없다는 말씀이신 건가요?”
“네, 이상 없습니다~~~”
“그럼 다음 진료는 언제로…?” (정신없음, 완전 이해못함)
“그러니까 얘는 정상이고, 이상 없고, 따라서 진료예약도 필요 없습니다”
대박!!!!
정말 모든 것에 감사한다는 말이 뭔지 탁!! 깨닫는 순간이었어요.
한편으론 애한테 엑스레이 찍은 것도 미안하고
게다가 자칫 CT까지 찍을뻔했을 생각을 하니 아찔하기까지…
이런 식으로 모든 것이 일단락됐어요.
좀 김새죠?
그런데 오늘 블로그 및 카페를 보니 사두증에 관한 것으로
어린아이를 키우는 많은 어머니들께서 걱정을 하시는 것 같아 옛날 생각도 나고..
만감이 교차하는 날이네요.
전 감히 이런 말씀을 드려보고 싶습니다.
1. 아이한테 엑스레이나 CT 등을 하게 되면 엄마들은 정말 엄청 스트레스를 받고,
무엇보다 아이에 대한 죄책감이 제일 크죠..
혹시나 임신 중에 내가 뭘 잘못했나 싶기도 하고 오만 생각이 다 들어요.
그 기분 이해합니다.
전 임신 중에 고위험 산모여서 낳을 때까지 거의 누워만 있었고,
35주 때까지 자궁수축 억제 약을 먹었어요..
하지만 아이는 생각보다 강하더라구요..
저희 아이는 이제 만 4세인데 아주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답니다.
한국 의료수준이 꾀 높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2. 마음이 정말 불편하시다면, 다른곳의 세컨드 오피니언도 추천해 봅니다.
대학 병원이 상급병원이긴 해도,
교수님들도 사람인지라 병원마다 진료의 성향이 다를 수도 있고,
처방법이 다를 수도 있어요.
3. 혹시나 저같이 다문화둥이 (차마 제 아이한테 혼혈아라는 말은 왠지 좀 껄끄럽네요ㅠ.ㅠ)
엄마들 중에 저같은 상황을 갖고계신 분이 계신다면 아래 사진을 참고해 주세요..
정말 인종에 따라 두상이 다르긴 하죠?
4. 아, 그리고 병원 예약을 하셨는데, 안/못 가시는 상황이 온다면 예약취소를 해주세요.
저도 예약취소 해주신 어느 고마운 분이 계셨기에 오래 기다리지 않고 진료를 볼 수 있었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소소한 이야기 많이 공유할게요~~
출처: https://molylana2204.tistory.com/4 [싱가포르 전업맘의 고군분투]